"몰라, 머리아픈 거 싫어서 뉴스 안 봐" 하는 애들이랑 친구하기 싫다

표지가 미칠듯이 촌스럽지만 ㅡ 싸구려 옷 걸쳐입은, '노래방'과 잘 어울리는, 두 여자에게 포커스를 맞춘 걸까 ㅡ 내용은 똑똑하고 재밌었다.
'미녀들의 수다'는 내가 종종 즐겨보는 오락프로그램이다. 공정하지 못하다는 비판을 많이 받는데, 글쎄. 한국남자가 세계에서 가장 멋지다는 랭킹같은 건 누가봐도 조크라서(!) 웃어 재끼면 그만 아닌가. 그녀들의 자국 얘기에 중점을 두고 시청하면 나름 볼 만 하다. (케냐에서 온 유프레시아가 나이로비 얘기 해줄 때 내 눈은 반짝반짝 +..+) 
그리고 이 책을 둘러싼 논란들을 봤다. '네 년이 한국에 대해 뭘 아냐'고 윽박지르는 네티즌들을 보며, 그럼 지역학 공부하는 나는 어떡하냐면서 웃음이 났다. '한국 티비에선 웃더니 뒷통수 치네' 라는데, 내 기억에 베라의 대답은 언제나 날카로웠고 (상당부분 편집이 가해졌을텐데도), 답변 차례에만 웃는 그 미소는 '예의 차리는'의 이상도 이하도 아니였다.
오해는 풀자. 원래 비판적인 화법을 사용하는 사람이고 ㅡ 미국은 천박하다 말하고 (이건 보편적 명제지만), 일본 여자들에겐 '단체로 비명지르는' 이란 수식을 붙이며, 자국의 실용주의가 지나치단 것도 알고있다 ㅡ 이해되진 않지만 이해하려는 태도를 충분히 비췄다. 또 한글을 소개할 땐 세종대왕의 창제원리를, 개고기 얘기엔 인구의 10%만 먹는다는 통계수치까지 곁들이는 걸 잊지 않았다.
흥미로운 건, 채식주의자들이 지내기에 한국은 너무 불편하단 평은 약과고, 중반으로 접어들수록 이 책이 단순 체험기가 아니란 거다. 한국의 역사, 정치상황까지 언급하고 꿰뚫고있는 걸 보고 놀랐다. 특히 어떤 현상을 말하든 '젊은이들과 기성세대는 다르다'는 조건부를 덧붙이는데, 본격적으로 과도기-혼란기라 정의하고 원인을 따져봄에 감탄했다. 런던 다녀와서 '어디가 사진찍기 좋아요' 하는 책들과 다르단 말이다. 아마도 대학 강사 이상으로 이루어진 친구들의 수준이 많이 작용했지 싶다. 
욕하는 네티즌을 옆에서 "식상한 지적이네요"라고 점잖은 척 말하지만 역시나 불편해하던 사람들에게 하고픈 말은. 이건 한국 신문이 아니라 독일 사람들을 위한 책 임을 명심하란 것이다. 독일과 스위스에서 한국에 관한 책이 거의 전무한 상황인데, 이 책은 대부분 안 좋은 말이라 관광이 증가하는 방향으로 작용하지 않겠지만, 한국에 대해 정확히는 알 수 있게 해줄 것이다.

ps : 홍보물엔 "나는 서울에 가고 싶었다" 란 문구가 있지만, 늘 그렇듯 출판사의 농간일 뿐이다. 사실은, 화려함과 평화가 공존하는 아시아에 관심이 갔고, 일본과 중국은 이미 아니까, 남은 한국을 택한 것이다. [ 내가 한국에 가야 할 이유 같은 것은 없었다. 나처럼 일찌감치 외국에 대한 동경을 품고 자란 아이들은 모두 파리나 뉴욕에서 살고 싶다거나, 배를 타고 세계 일주를 한다거나, 아니면 아프리카의 초원에 앉아 야생동물을 바라보는 꿈을 꾼다. 개중에는 일본의 쌀 경작지나 홍콩의 화려한 항구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환상 속에 한국이 등장하는 일은 없다. ] 내 생각도 같고, 이게 정상이지, 무턱대고 "김치 최고야~"하는 외국인이 더 이상하지 않은가? 또 결국엔 한국남자와 사랑에 빠졌다는데 이건 엄청난 해피엔딩 아닌가? 한 나라에 머물고 배우는 데 애정이 꼭 필요하진 않지.



'그래서 약자를 보호하자는 거야 말자는 거야!' 하며 나를 울먹이게 만든 책이다. 사회는 진보해야 함엔 이의 없이 대전제를 같이 하겠지만, 정책이란 본래의 취지-정의와 다르게 변질되기 쉬운 것이고, 특히 차별철폐정책 때문에 인종폭동과 내전으로 격화된 사례가 많으니, 다시 신중하게 논의하잔 주장이였다.
차별철폐정책 이론(기대에 대한 가정, 신념, 논거)에 대해서 찬성인지 반대인지 하는 논쟁만 하느라, 정책을 시행한 결과 실제 발생하는 사실적인 문제들은 주목을 받지 못해왔다면서, 실증적 문제들을 좌르를 늘어놓는데... 입버릇처럼, 당장의 가시적 효과는 없더라도 정치적 올바름을 위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해왔던 나는, 냉혹한 데이터들 앞에서 말문이 막혔다. 실제적 결과를 무시하면서 정당화와 이익 추정치에 집착했던 건 아닌지 반성이 들었다.
이 연구를 한 소웰 박사는 흑인(아프리카계 미국인)이면서 흑인들에 대한 우대와 특혜를 반대하니까 더 아찔하게 다가오기도 하고...
며칠 전에 00학번 선배님이 내 글에 대해 '질 적인 성장'을 생각해보라며 서신을 주셨는데, 이 책을 읽으니까 무슨 뜻이었는지 그나마 감이 좀 잡히는 것 같다.. 결론의 갈피는 더욱 안 잡히지만...

by leanna | 2009/10/31 00:14 | 침대 위의 책 | 트랙백 | 덧글(10)

◀ 이전 페이지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