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는 약한데 웃자람이 심했던 것이랄까요 침대 위의 책

책 좀 모은다 싶은 집의 서가엔 한권 씩 꼭 있는 고전적 명서죠. 이제서야 읽었습니다. 학술분야에서만 누리던 특권을 광범한 청중 앞에 던지며 반향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의의가 큰데, 솔직히 발간된지 오래되지 않았습니까. 로빈베이커가 세상을 뒤집어놓은 후에 제가 태어났기 때문에 딱히 충격이랄건 없었습니다.
제목의 '정자전쟁'이란, 여자의 신체가 동시에 두명 이상의 남자의 정자를 보유하면 그들끼리 쟁탈전을 벌인다는 개념이고, 따라서 여성의 난잡한 성생활을 옹호해주는 헤게모니죠. 여자의 몸은 많은 남자와 잠을 자게 만들어져있대요. 암컷은 상대를 교란시켜가며 수태 절정기를 숨기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거나 필요로 할 때에 부정을 쉽게 행할 수 있으니까요. 또한 주기적 성관계가 유전적으로 설정되어 있고요. 
이 밖에도 비이성적이고 납득되지 않은, 세속적, 쾌락적, 위험한, 범죄적, 부도덕, 이국적 형태의 모든 성적행위가 정당화돼요. 자연이 시키는 대로 근본적 법칙을 따를 뿐이니까 :)



소설인 줄 알고 가벼운 맘으로 펼쳐들었는데, 서문부터 매우 심상치 않았더랬죠. 낚시성 짙은 제목을 내건 번역 출판사에게 놀아났구나 싶었는데 원제가 '더 맨 후 미스테잌 히스 와이프 포 어 햇' 맞네요. 이건 무려 임상보고서 입니다. 여러 케이스를 다루는데 그중 정말로 시력은 멀쩡하나 뇌가 손상돼 아내를 모자로 인식하는 환자가 나와요. (나이트에서 자기 여자친구인 줄 모르고 또 다시 작업을 걸었던 신해철이 떠올랐죠. 음악하는 사람이란 공통점까지도)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분석자료 몇장을 제외하면, 넌픽션이지만 더 픽션같은 구석이 있어 그럭저럭 재밌습니다. 그런 삶을 살아가야하는 본인들에겐 절망적인 현실이겠지만요. 아냐, 대부분 병인 걸 인식 못했고, 외려 깨우쳐주려 하면 혼란스러워했지. 어쩌면 더 행복할 삶일 수도 있겠다... 




제가 구입한 책 중에 가장 재밌는 책을 꼽으라면 이게 단연 최고입니다. 작년 겨울이었던거 같은데, 출간 한달만에 3쇄를 찍었다니 말 다했죠. 30년간 시사만화를 그려온 이홍우 화백의 에세이(?)인데, 온갖 정치판 비아인드 스토리를 엿볼 수 있어 흥미로워요. 사회주의를 극단적 이상주의로 여기고, 동아일보는 나름 정부에 비판적 논조를 들이댄다며 으쓱해하니 기가 찰 노릇이었지만요. 그게 설득조가 아니라 그냥 이 사람 의식체계 자체가 그렇다는 뉘앙스를 풍긴거라, 5공 때 부터 언론밥 먹어온 사람이 별 수 있겠냐 싶어서 그러려니하고 봤습니다. 여하튼 세상사에 대한 문제제기와 비평을 할 수 있는 그 직업이 정말 부러워요.
ps : 권영길의원의 옛 사진이 나오는데 (서울신문 프랑스 특파원 시절) 꽤나 귀여운 모습에다, 부인이 동방생명 창업주의 외동딸이라니, 그 부르주아적인 측면에 놀랐어요.



팬션에서 글 쓰고 있다는 통보가 왔을 때 뭔가 깊은 사색 끝에 철학서류의 걸작이 나오리라 기대했는데, 예상외로 평범한 대담집이라 실망했었죠. 내용이 평범한게 절대 아니고, 그의 목소리에 늘 귀기울여 왔던 팬의 입장에선 새로울게 전혀 없는 것들이었으니까요. 게다가 저명하신 인터뷰어와 함께한 건 좋지만 머릿말까지 그 분이 쓰시니 이게 누구 책인가 싶잖아요. (지승호님께 악감정이 있는 건 아녀요..) 그래도 이렇게 한 데 모아 소장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만으로도 감사해야겠죠. 특히 한동안 제가 만나던 남자 직업이 가수였기 때문에, 모조리 외워 내 생각인 것 마냥 "현 우리 음악시장은 말야~"로 꽤나 우쭐대며 떠들어봤는데, 반응 참 좋았어요. 고마워요 마왕.
ps : 무라카미 류를 그냥 헛소리 짓껄이는 미친놈 쯤으로 취급해왔는데, 극찬에 어리둥절했죠. 마왕이 <무라카미류는 도대체>란 책도 썼었다니.. 기성세대의 틀을 깬 건 맞지만 여자에겐 지혜가 없다면서 (존재의 필요성이 없단 논리) 오로지 예쁜여자가 킹왕짱이란 개마초잖소. 그래도 데카당스라 다 읽어보긴 할거지만 -_-;ㅋㅋ

트랙백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TrackbackURL : http://hottie.egloos.com/tb/1243688 [도움말]

덧글

  • 2009/01/05 18:25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